‘빵집 청년’ 호드리고, 부천 FC의 에이스가 되기까지
기자 정유석 | 사진 부천 FC, 더스포츠 | 등록 2014-11-07 13:44 | 최종수정 2014-11-07 17:05
[더스포츠=정유석]
올 시즌 부천 FC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는 단연 호드리고다. 그는 부천이 K리그 챌린지 하위권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천의 첫 외국인 선수로 팀에 합류한 호드리고는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5일 FC 안양과의 원정 경기에서 멀티 골을 쏘아 올리며 마침내 약속을 지켜냈다. 부천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 시즌 10득점을 기록한 호드리고는 남은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둠과 동시에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더 큰 미래와 희망을 꿈꾸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더스포츠가 들어봤다. 

‘빵집 청년’ 호드리고의 축구 인생 서막 

호드리고는 브라질의 론드리나 EC에서 프로 선수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선수라면 응당 어린 시절부터 클럽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축구를 배우며 성장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호드리고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한국 나이로 20살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20살 당시 한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있던 호드리고는 그저 친구들과 함께 풋살을 즐겼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미스토 EC 관계자와 친분이 있던 사장이 구단에서 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 고리 역할을 해줬다. 테스트를 받으러 간 호드리고는 일주일 동안 치른 연습 경기 3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클럽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미스토의 20세 이하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세 이하 대회에 출전한 호드리고를 론드리나 EC에서 스카우트하면서 호드리고는 프로 선수가 됐다.

론드리나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한 호드리고는 히우 클라로, EC 상 벤투 등 브라질 클럽에서 축구 선수로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2009년 몰도바의 FC 셰리프 입단을 타진하며 해외 진출을 노리기도 했으나 구단 사이의 재정적인 문제로 해외 진출이 좌절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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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천에 온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2013시즌 3부리그에 있던 상 벤투를 2부리그로 승격 시키는 데 공헌한 호드리고는 자신의 다음 진로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중 부천의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팀이 승격하면서 나에게도 여러 기회가 열려 있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주변의 추천도 있었고 아시아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새로운 경험과 도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국행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부천의 영입 제안을 받게 된 과정도 특별했다. 당시 김현재 코치를 비롯한 부천 관계자들은 호드리고가 아닌 다른 선수를 염두에 두고 브라질을 방문했다. 그러나 부천 관계자들이 선수를 관찰하기 위해 테스트장을 찾은 날 당초 점 찍었던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호드리고가 그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다. 경기를 지켜본 부천 관계자들이 호드리고의 실력에 합격점을 주면서 그와 부천의 인연은 시작됐다.

호드리고는 “내가 그런 과정을 통해 부천에 오게 된 것이 단순히 운이나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이 팀에 오게 된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힘들었던 적응 과정,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

기대를 갖고 한국행을 택했지만, 한국 무대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브라질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기후가 그를 괴롭혔다. 입단 이후 급변한 구단 사정도 호드리고를 힘들게 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그를 영입했던 전임 곽경근 감독이 해임되고 신임 최진한 감독이 부임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부천으로 온 브라질 출신 브루노는 시즌을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팀을 떠나는 등 팀에 적응도 하기 전에 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호드리고는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는 그는 “운동에 집중했다. 신임 감독이 와도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었고, 자신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생각한 대로 최선을 다한 그에게 최진한 감독 역시 좋은 평가로 화답하며 호드리고는 부천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의지만큼이나 주변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호드리고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아내 까밀라를 비롯해 부천 구단의 모든 구성원이 호드리고를 배려했다. 포르투갈어가 가능한 최인창, 유대현 등은 그의 통역 역할을 자처하며 팀 생활에 도움을 줬다.

동계 훈련 기간 연습 경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보 역시 호드리고에게 큰 힘이 됐다. 호드리고와 같은 교회를 다닌다는 이보는 호드리고가 어려움을 겪을 때면 늘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호드리고는 “대중교통 이용조차 쉽지 않았던 나를 위해 이보가 많은 것을 도와줬다. 친구보다는 아버지 같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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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팀의 톱니바퀴 중 하나일 뿐”

빠르게 팀에 녹아 든 호드리고는 개막전부터 득점을 가동한 것을 시작으로 리그와 FA컵을 오가며 29경기에 출전해 13득점 2도움의 맹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스피드를 살린 왕성한 활동량과 제공권을 무기로 부천 공격진에 날카로움을 더했다. 

호드리고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한국 축구 스타일에 많이 적응했다. 센터 포워드나 사이드 공격 자리에 모두 익숙해졌다”고 이야기하면서 “한국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정확하게 훈련하려고 한다. 나 역시도 한국에서 뛰면서 기술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천이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기록한 32득점 중 1/3을 책임지며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천에서 자신의 역할과 팀플레이에 대해서도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호드리고는 “내가 이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나는 이 팀에서 톱니바퀴 중 하나일 뿐이다. 많은 수의 톱니바퀴 중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듯이 팀플레이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팀으로서 성장한 부천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올 시즌 부천은 조직적으로 또 전술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어린 팀이었고, 부상자도 많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좋아졌다”며 “부천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 역시 부천에 완벽히 녹아든 만큼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15득점을 완성하며 시즌을 마무리하겠다”

팀플레이에 대해서 강조했지만 공격수로 자신의 주 임무인 득점에 대한 욕심까지 감추지는 않았다. 호드리고는 “나에게 축구는 인생 전부이고 내가 공격수로 뛰는 한 많은 골을 갈망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득점이 터지지 않으면 주변에서 주는 압박감보다 내 스스로가 주는 압박감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로 선수가 되기 전 나 역시 한 클럽의 팬이었기 때문에 내가 득점하는 순간 팬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득점에 성공하는 순간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면서 느끼는 그 기쁨을 계속해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도 이야기했다.

호드리고는 “올 시즌 20골을 목표로 했지만, 부상으로 한 달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아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더 잘하고 싶다. 이제 2경기가 남아있는데 그 2경기를 통해 시즌 15득점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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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과 함께 부천 역사의 확 획을 긋겠다!”

숨 가쁘게 달려온 부천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하는 호드리고의 시선은 더 큰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성공적으로 한국 무대에 적응을 마친 그는 “선수로서 항상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부천에서 잘하고 싶다. 부천의 승격을 이끌고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며 부천에서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 부천의 성적이 좋지 못함에도 항상 힘을 주고 응원해 주시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부천 FC와 헤르메스에 항상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