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위기에 몰린 '사커루' 중국 못지 않았다
기자 남영우 | 사진 해당기관 | 등록 2015-01-17 20:42 | 최종수정 2015-01-20 18:07
[더스포츠=남영우]

우리 대표팀과 호주가 벌인 아시안컵 A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는 두 팀 모두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요도 측면에서 앞선 경기보다 덜했다. 그렇기 때문에 양 팀 모두 컨디션과 경고, 부상을 고려해 1.5군에 가까운 명단을 꾸렸고, 약간의 자존심이 더해진 조심스러운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 치러진 경기는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전방 압박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던 호주는 선제골을 전반에 실점하자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전방 압박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볼 경합을 피하지 않았고, 금기시 되는 강한 태클과 팔 사용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정협의 득점 이후 중앙에서 볼 소유와 배급을 맡았던 박주호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상대의 팔사용에 강한 충격을 받고 쓰러진 박주호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코와 입안 출혈이 계속됐다. 필드로 복귀한 이후에도 무거운 움직임을 보이던 박주호는 곧바로 한국영과 교체됐다. 8강, 준결승, 결승까지 활용할 주전 선수라는 점에서 깊은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홈 팀 호주의 일방적인 야유에도 제 경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하던 대표팀에 다시 부상 악령이 덮쳐왔다. 이번엔 주장 기성용과 함께 대표팀 공격을 이끌어 나가던 구자철이었다. 전반전 호주의 강한 압박에도 볼을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데 공헌한 구자철은 호주 수비의 핵심 타겟이 되었다. 특유의 볼 소유를 이어가던 구자철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상대의 강한 몸싸움을 당했다.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높이 솟구친 구자철은 뒤에서 머리를 노리고 들어온 상대 접촉에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오른팔로 불안정한 착지를 해 큰 통증을 호소했다. 한동안 누워있던 구자철은 팔의 통증으로 온 몸을 떨다 경기장 밖으로 실려나갔다.


이후에도 격한 상황은 이어졌다. 우측면 공격과 수비를 이끌던 김창수가 상대와의 경합 과정에서 약간의 언쟁이 발생했고, 함께 맞서던 한교원이 상대 공격 진행을 방해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기장엔 흥분이 가득했고, 호주 수비수 스피라노비치는 경고 발생 시 8강전 출장이 불가함에도 이정협의 공격을 저지해 경고를 받았다. 교체로 들어온 팀 케이힐은 계속해서 대표팀 선수들과 부딪히며 심판에게 판정에 대한 어필을 이어갔고, 후반 추가시간 측면 크로스에 쇄도하던 중 김진현 골키퍼를 손으로 가격하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는 동점골을 위해 후반 내내 노력했던 호주가 추가시간 5분 가운데 3분 가량을 잃는 이유가 되었다.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은 캥거루로 호주 축구 협회는 호주 대표팀을 '사커루'라고 가리키며 이를 상징으로 삼았다. 평소엔 온순하며 인간과 친근한 동물로 알려져 있는 캥거루는 다른 맹수들과 달리 자식을 주머니에 품고 다녀 온순한 동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기 영역에 대한 경계가 강하고 위기에 몰리면 공격적이고 사납게 돌변하기도 한다. 이날 호주가 보여줬던 축구는 '사커루'라는 별명에 걸맞은 경기였다고 볼 수 있었다. 호주전 승리로 평가전마다 대표팀에 부상을 안겼던 중국은 피했지만 핵심 자원 둘의 부상 정도에 따라 남은 경기에 지장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