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경력을 시작한 이재성의 '가능성'
기자 남영우 | 사진 전북 현대 | 등록 2015-03-31 17:27 | 최종수정 2015-03-31 17:44
[더스포츠=남영우]

지난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을 통해 K리그에서 가장 한 유망주로 손꼽히는 전북 현대이재성이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중앙 미드필더로 구자철, 김보경 등과 호흡을 맞춘 이재성은 첫 대표팀 경기임에도 긴장하지 않고 본인이 가진 강점을 충분히 선보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경기장을 몸소 찾아 선수들을 관찰하기로 유명하다. 감독이 직접 보고 뽑은 이재성의 가능성을 더욱 눈여겨봐도 좋은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축구의 흐름에 맞춰 미드필더진이 포화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구자철, 김보경, 기성용 등을 포함해 최근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한 박주호와 한국영이 틈틈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공격수인 지동원과 손흥민 또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화려한 미드필더 라인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고민은 있다. 이미 풍부한 자원을 갖췄지만 확실한 플랜은 구축하지 못했다. 기성용에 지워지는 부담이 너무 크고 확실한 파트너와 대체자를 찾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재성의 가세로 슈틸리케 감독이 가지는 실험적 고민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이청용이 빠진 측면의 대안

 

대표팀 주전 측면 미드필더인 이청용은 지난 호주 아시안컵에서 부상을 당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했음에도 아직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큰 부상을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에 유의하며 경기에 나서야 한다. 이청용이 빠진 측면은 한교원과 남태희 등이 번갈아 시험대에 올랐지만 측면에서 안정적인 볼 소유와 수비 압박을 피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이청용과 같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이재성은 이청용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2선 라인 모두 소화가 가능한 이재성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 맞서 볼을 최대한 빼앗기지 않고 간수하는 능력을 부족함 없이 선보였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이재성은 왼발잡이다. ‘반대발 윙어로서 이재성은 측면뿐만 아니라 중앙으로 이동해 직접 슈팅을 시도하거나 빠른 타이밍에 패스를 연결하는 등 측면 플레이메이커가 가져야 할 강점을 그대로 풀어냈다. 대표팀에는 대체 불가로 여겨지는 포지션들이 있다. 아직까지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했던 이청용의 공백에 이재성괜찮은답안임을 증명했다.

 

 

만능형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

 

이재성이 소화 가능한 포지션은 다양하다. 소속팀 전북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출장하는 이재성은 측면 윙어도 가능하며 중앙 미드필더로 많은 활동량을 요하는 박스 투 박스유형도 가능하다. 활동량이 뛰어난데다 상대 패스 경로를 읽고 차단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공수에 걸쳐 높은 활용도를 보인다.

 

아시안컵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기성용과 박주호가 맡았다. 특히 박주호는 측면 수비수가 주 포지션이기 때문에 탁월한 수비력을 자랑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다. 패싱력과 시야가 뛰어난 기성용의 파트너로 왕성한 활동량을 요하기 때문에 박주호의 기용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재성도 박주호와 같은 역할이 가능하다. 중앙에서 빠른 템포로 공격 전환하는 모습은 박주호에 빗대도 부족함이 없다. 수비력이 조금 뒤쳐지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공격에서의 창의적인 플레이는 분명 이재성이 가지는 강점으로 볼 수 있다.

 

 

기성용의 공격 부담을 덜 수 있나

 

지금의 대표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는 주장 기성용이다. 기성용의 유무는 패스의 질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비, 높이 싸움, 빠른 공격 전개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수비라인 앞에 포진하기 때문에 공격과 수비 상황 모두에서 기성용을 거쳐가지 않을 수 없다. 높은 패스성공률을 바탕으로 기성용이 공격 전개의 중심에 섰을 때 대표팀은 빠르게 수비 빈 공간을 노릴 수 있었고, 안정적인 볼 소유를 바탕으로 지공을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기성용의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경기 자체도 어렵게 풀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기성용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김보경을 본래 포지션이 아닌 수비적인 위치에 포진시켜 기성용 없는상황에서의 빌드업을 시도하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성용은 이정협의 부상으로 인해 전반 교체 투입됐다. 시도 자체에 의의는 있지만 제대로 실험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김보경은 특유의 활동량으로 기성용의 빈 자리를 메웠지만 역할을 맡은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보긴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재성을 측면에 기용했지만 필요하다면 중앙에 놓을 수도 있다. 기성용은 발이 빠른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 기술로 상대를 피하지 못하면 압박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리고 기성용이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 전술 자체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술적 활용도가 높은 이재성의 존재는 확실한 이 될 수 있다.

 


이재성은 손흥민과 함께 1992년생으로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게다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에 대한 부담도 없는 상태다. 이제 갓 대표팀에 첫 발을 디딘 선수를 평하긴 어렵지만 이재성은 단 한 경기로 확실한 가능성을 선사했다. 차두리가 떠나는 대표팀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 얼굴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과 대표팀 경력이 쌓여갈수록 성장하는 이재성을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대한민국 축구를 즐기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