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의 남자’ 이정협이 보여준 운명적 반전
기자 정유석 | 사진 대한축구협회 | 등록 2016-03-25 18:37 | 최종수정 2016-03-25 18:37
[더스포츠=정유석]
극적인 전개의 연속이다. 첫 등장부터 불현듯 찾아온 위기, 그리고 이어진 부활의 과정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동화나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울산 현대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이정협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전승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24일(목) 오후 8시 안산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가 임박한 시점까지도 팽팽한 균형을 깨지 못한 대표팀은 후반 추가시간 기성용의 도움을 받은 이정협이 극적인 결승골을 만들어내며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레바논전과 태국전으로 이어지는 3월 A매치의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면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부분은 단연 이정협의 대표팀 복귀였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불렸던 그는 지난해 8월 안면복합골절 부상을 입은 이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그러나 7개월여 만의 대표팀에 복귀한 그에게 쏟아진 것은 기대가 아닌 의문이었다. 

‘2015 AFC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깜짝 등장한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 이후 발굴한 보석 중 가장 값진 작품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당시 대표팀의 대회 준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그는 ‘군대렐라’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고, 국내 최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8월 안면복합골절 부상 이후 찾아온 슬럼프로 인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상주 상무 전역 이후 2015시즌 후반기를 부산 아이파크에서 보냈지만, 이정협의 활약은 미미했다. 올 시즌 울산 현대로 팀을 옮긴 이후에도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미진한 가운데 이루어진 대표팀 복귀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냉정하게 따지면 이정협은 이번 명단에 포함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평가했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보답의 차원으로 불렀다”는 발언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정협에게 가지고 있는 믿음의 깊이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정협이 위기를 돌파해 자신이 가진 것을 보여줘야 만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에 3월 A매치 소집 기간은 의구심 속에 대표팀의 일원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었던 지난해 초보다 더 중요한 기로이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라는 운명적 지도자를 만나 극적인 인생역전의 스토리를 써왔던 이정협은 이번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레바논과의 경기 답답한 흐름 속에 후반 24분 교체 출전한 이정협은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순간에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다. 후반 추가시간 2분이 흐름 시점에서 기성용의 패스를 문전에서 원터치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날렸다.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정협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믿고 있는 장점들을 유감없이 보여준 결과다. 수비진 사이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드는 능력으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곳으로 연결할 수 있는 간결한 슈팅 동작으로 결과물까지 만들어냈다. 갖춘 자질과 스스로의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반전이었던 셈이다. 

자신과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의문부호를 지우며 다시 존재감을 발휘한 이정협은 대표팀 원톱 구도에 다시 새로운 경쟁 구도를 가져왔다. 황의조, 석현준이 이정협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어질 태국과의 친선 경기에서는 또 어떤 전개가 이어지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