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최종예선] 과연 한국은 수비가 문제일까
기자 남영우 | 사진 해당기관 | 등록 2016-10-13 12:13 | 최종수정 2016-10-13 12:13
[더스포츠=남영우]

42년간 이어져온 아자디 원정 징크스는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다. 11일 화요일 밤을 뜨겁게 달궜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경기는 결국 이란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밤이 늦었음에도 패전에 대한 갑론을박은 계속 됐다. 4경기를 치러 2승 1무 1패. 3위까지 밀려난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 기록이 중단될 위기에 직면했다. 다양한 의견이 분분했으나 대체적으로 수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주 포지션인 선수들을 벤치에 두고 쓸 정도로 멀티 포지션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는 당연히 도마 위에 오를 문제였다.


이란전에서도 포지션 파괴는 계속됐다. 장현수가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고 원래 오른쪽 풀백이었던 오재석은 왼쪽으로 이동했다. 벤치에 정동호, 홍철, 고광민 등 측면 수비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장현수였다. 익숙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지만 이 경기는 친선 경기가 아닌 월드컵 최종 예선이었고 선두 경쟁을 벌이는 경쟁 국가로의 원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후반 시작과 동시에 장현수를 중앙으로 옮길 만큼 해당 전술은 실패에 가까웠다.


이란의 퀘이로스 감독은 대표팀 수비의 약점을 고심해서 멀티 포지션을 활용한 측면 수비로 꼽았다. 측면 수비의 불안은 해당 포지션 선수의 능력 부족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현대 축구에선 수비력만큼이나 공격 가담에 대한 비중이 높고 활용폭이 커 그저 많이 뛰어야 했던 포지션이 아닌 가장 전술적인 포지션으로 진화한 지역이 바로 측면 수비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는 공격 가담에서 측면 특유의 다이나믹함이나 기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비가 안정된 것도 아니었다. 좌우측 측면은 90분 내내 이란 공격수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오른발을 쓰고 오른쪽 수비수로 선수 생활을 이어온 오재석을 기어코 왼쪽으로 보낼만큼 장현수에게서 어떠한 매력을 느꼈는지만 의문으로 남긴 경기였다. 장현수의 늦은 공격, 수비 전환은 공수 간격이 벌어지고 이란 선수들이 자유롭게 활보할 공간을 제공했다. 중앙 미드필더 또한 체력 부담으로 측면 수비 커버가 늦어지자 발이 빠른 이란 공격수들에겐 최적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최종 수비를 맡아야 할 중앙 수비수들은 협력 수비로 안정감을 더해야 할 시기에 계속해서 일대일 상황에 노출됐다.


공격 전술로도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경기였다. 저조한 슈팅 숫자로 인해 공격진은 집중 포화를 피할 수 없게 됐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이뤄졌어야 할 공격 지원, 전개에 대한 플랜이 없었다. 풀백과 함께 활발하게 움직여야 했을 손흥민은 공만 잡으면 2~3명의 이란 수비와 부딪혀야 했고 촘촘한 간격을 유지한 상대 수비를 혼자 흔들어야 했다. 주로 측면에서 뛰었던 지동원의 최전방 배치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이란의 수비, 미드필더들은 좁은 공간에서 포스트 플레이에 약한 지동원에 슈팅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뒤늦게 김신욱을 투입함으로서 반전을 모색했지만 김신욱을 투입할 준비 자체가 되어 있지 않았다. 김신욱의 장신을 활용할만한 정확한 패스가 시도되지 못했고 압도적인 높이로 세컨볼에 집중해야 할 공격진과 크로스를 올리는 측면 자원은 조화롭지 못했다. 세컨볼 주위엔 이란 수비수들이 가득했다. 정확한 소통이 되지 않아 김신욱의 장신은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0-1 패배보다 대표팀은 더욱 많은 것을 잃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간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그 발언으로 갈등이 생긴 해외파 선수들은 출국한 뒤다. 조 3위로 밀려나 월드컵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지금 대표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최종 예선은 아직 남았으나 이전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홈에서도 이란과의 좋은 경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쩌면 원정에서 보지 못했던 이란의 침대 축구를 홈에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