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수원FC가 클래식에 남긴 메시지
기자 남영우 | 사진 해당기관 | 등록 2016-11-06 01:17 | 최종수정 2016-11-06 01:25
[더스포츠=남영우]

5일 K리그 클래식 최종전을 끝으로 한 팀의 챌린지 강등이 결정됐다. 최하위 순위를 극복하지 못했던 수원 FC가 예상보다 '늦은' 강등의 주인공이 되었다. 말 그대로 예측보다 늦었다. 지난 시즌 대전, 부산에 비해서도 높은 승점을 획득했고 최하위지만 무려 10승을 거뒀다. 쉽게 떨어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수원 FC는 느지막히 38라운드가 되서야 강등되었다. 클래식에 머문 1년, 개월수로 친다면 9개월 남짓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동안 수원 FC는 클래식이라는 호수에 많은 파문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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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역대 승격팀들을 살펴보면 상주 상무, 광주 FC, 대전 시티즌 등 과거 클래식에 머물렀던 구단이 승격했다. 떨어졌던 구단의 원상 복귀였고 승강제의 이슈거리이자 K리그 '챌린지'에 해당하는 도전은 없었다. 수원 FC는 수원시청으로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하던 팀이다. 법인화를 거쳐 정식으로 K리그 챌린지 원년부터 참여했고 점차 순위를 끌어올려 지난 시즌 마침내 승격에 성공했다. 전대미문 역대 최초의 승격 구단은 아니지만 내셔널리그부터 그 단계를 거쳐서 프로 최상위 리그까지 올라온 유일한 구단이었다.


그간 클래식 승격은 클래식 출신 구단이나 상주, 안산만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챌린지, 그것도 시민구단은 상대적으로 기회를 얻기가 어려웠다. 기업 구단이 강등되기 시작하면서 자금 경쟁에서도 앞서기 어려웠고, 1위로 시즌을 마치면 승격할 수 있었지만 그 외엔 플레이오프라는 토너먼트를 끝까지 이겨내야 하는 부담과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출신 구단의 첫 승격으로 인해 이 모든 장벽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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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비

이번 시즌에야 K리그는 최초의 지역 더비를 갖게 되었다. 수원 FC는 도전자로 리그에 참가한 것 뿐만 아니라 같은 연고지를 둔 수원 삼성과 동생격으로 더비전을 치렀다. 이름뿐인 더비가 아니었다. 두 팀이 만든 최초의 더비는 많은 호응과 반향을 일으켰고 명백한 전력차에도 불구하고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최초의 수원 더비엔 수원종합운동장이 만원 사례를 이뤘고 이때 만들어진 문화로 원정 팬들이 직접 걸어서 원정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두 팀의 시즌 전적은 수원 삼성이 3승 1패로 우세, 총 4경기를 치렀고 18골이 터진 수원 더비, 처음이었지만 수원 더비는 K리그를 대표하는 흥행 카드로 자리잡았다.


# 변화

수원 FC의 클래식 도전은 그 자체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클래식의 높은 벽을 느낄 것이란 의견이 많았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수원 FC는 외국인 선수 영입을 시작으로 새롭게 팀을 만들어갔다. 시즌 초중반의 고전을 딛고 7월 이후부터 반격에 나선 수원 FC는 자신들이 목표했던 승점 45점에 거의 근접할만큼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다만 뜻밖의 하위권 경쟁으로 예년보다 높아진 강등권 성적에 울어야 했다.


수원 FC의 성공으로 기존 클래식 팬들은 챌린지에 대한 다른 의식을 갖게 되었다. 자신들의 응원 구단이 아니라면 관심 없었을 승강 플레이오프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권용현, 김병오 등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올라온 스타 플레이어로 인해 챌린지 선수들에도 관심의 폭을 넓히게 됐다. 무엇보다 수원 FC가 선보인 무모할 정도의 공격적인 운영은 성적 우선주의에 수비적이라는 지적에 익숙했던 팬들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팬층이 적었던 챌린지의 색깔 있는 구단들에 대한 관심도 덤으로 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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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수원 FC는 1년만에 다시 챌린지에서 다음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수원 FC의 시즌을 실패라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극적으로 마지막 기회를 잡아 클래식으로 승격했고 성적 위주로 잔류하려 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도 라인을 내리지 않았다. 승격한 시민구단임에도 클래식 기업 구단을 상대로 3골, 4골을 먹고도 5골을 뽑아내는 고집도 부렸다. 최종전에 강등이 확정될 정도로 그들의 시즌은 '한끗 차이'로 끝이 났다. 공격에 대한 고집이 아니었다면 나아졌을 수 있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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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격해서 수원 FC는 많은 소득을 얻었다. 아무도 모르던 1년전과 달리 많은 팬층, 지지층을 얻었고 아무 응원 없던 승격팀이 아닌 되돌아오길 바라는 강등팀이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수원 FC가 클래식에서 몸소 얻어낸 것들이다. 잘하진 못해도 재밌는 축구를 했다. 무료함, 식상함과 싸우던 관중들은 그렇게 수원 FC에 빠져들었다.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수원 FC가 해낸 것, 그것은 결코 작지 않았다.